자연환경에서 미생물은 생산자이자 분해자로서 생태계 내에서 유기물의 순환 등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미생물은 여러 환경요인들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기에, 이들의 분포는 특정 생태계의 환경 및 물리화학적 특성을 기반으로 조성된다. 따라서 생태계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특정 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상의 조사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Lee et al., 2008).
미생물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뛰어난 생리대사능력을 보이는데, 특히 세포 외 분해효소를 포함한 활성물질을 생산하는 능력을 보유한다(Baek et al., 2010). 또한 미생물 유래 효소는 화학적 합성 효소에 비해 생성되는 부산물이 적고, 비교적 친환경적이기에 산업적 활용 가치가 높다(Nigam, 2013; Park, 2020). 이에 미생물은 성장이 빠르고 인공적으로 대량배양이 용이하기에 생물 자원으로써 주목받고 있으며, 미생물 유래 효소는 광범위한 효소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Yang et al., 2014).
산업용 효소 중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amylase와 지질을 분해하는 esterase 및 lipase, 단백질을 분해하는 protease가 주요 산업 효소들로 여겨진다(Oh and Kang, 1999). 모든 세포가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의 생체 고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고분자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는 넓은 활용 범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실제 위의 4가지 효소는 과거부터 식품 산업에 분해효소로써 사용되어왔고, 세제 산업에 이용되거나 의약 분야 등에 활용되어왔다(Soccol et al., 2005; Bae et al., 2016).
위와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는 유용 미생물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수의 미생물자원은행을 통해 미생물자원 발굴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였다. 현재까지도 생물자원 발굴을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Lee et al. (2022)은 제주도에서 분리된 미생물 46균주 중 31균주가 산업적으로 유용한 효소에 대해 활성이 나타났음을 보고하였다.
저수지는 일반적으로 하천이나 계곡 등에 댐을 축조하여 저수하는 인공 호소를 의미한다. 호소는 육상과 수상을 이어주는 습지를 형성하고 있어 높은 생물다양성을 갖추고 있다(You et al., 2012). 인천 강화도 고려저수지는 고려산과 혈구산에서 발원한 유수가 모여 형성되었으며 내가천을 통해 황해로 흘러드는, 만수면적 280,000 평의 대규모 저수지이다. 이와 같은 지리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다양한 종의 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용 미생물 발굴 측면에서는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인천 강화도 고려저수지에 자생하는 세균을 분리 및 배양하여 이들의 분류학적 특성을 조사하였다. 더불어, 다양한 산업에 응용 가능성을 보이는 세포 외 분해효소 4종(amylase, esterase, lipase, protease)에 대한 활성 정도를 평가하였다. 종합적으로 고려저수지에 서식하는 유용 미생물을 발굴하고 효소 생산 특성을 규명함으로써 이들의 산업적 활용가능성을 평가함에 목적이 있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시료는 2023년 4월 25일 인천 강화도에 위치한 고려저수지(경도 126°39', 위도 37°72')에서 채집하였다. 채집 당시 수온은 14°C, pH는 9.4로 측정되었다. 시료는 오염 방지를 위해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후 멸균된 50 ml conical tube에 담아 아이스박스에 보관하여 운반했으며, 시료 분석 전까지 4°C에서 보관하였다.
채집한 담수 시료는 미생물 배양을 위해 시료와 PBS buffer를 1:9 비율로 10배씩 희석하여 100부터 10-3까지 단계 희석하였다. 또한 Luria-Bertani broth (LB; Difco)와 Reasoner’s 2A agar (R2A; KisanBio)에 최종농도가 1.5%가 되도록 Bacto agar (Difco)를 첨가하여 고체배지를 제작하였다. 희석한 담수 시료를 두 종류의 배지에 각각 평판도말(spreading)하여 중온성 세균의 최적 성장 온도인 25°C로 무광 조건에서 7~14일간 배양하였다(Leroy et al., 2008). 이후 배지상에 나타나는 세균 집락(colony)의 모양, 크기, 색깔 등의 형태학적 특징을 관찰하여 다양한 colony를 획선도말(streaking)하여 단일 colony가 나올 때까지 세균을 순수분리하였다. 분리된 균주들은 ㈜마크로젠에 분석을 의뢰하여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을 규명하였으며, ㈜천랩의 EzBioCloud (https://www.ezbiocloud.net/)를 사용하여 분리된 균주의 16S rRNA 염기서열과 가장 높은 유사도를 나타내는 표준균주(type strain)를 확인하였다. 이후 MAFFT를 통해 본 연구에서 분리된 균주의 염기서열과, GenBank로부터 수집된 외집단(outgroup) 및 표준균주의 염기서열을 정렬하였다(Kuraku et al., 2013). 또한 정렬된 염기서열의 gap은 Gblocks (http://molevol.cmima.csic.es/castresana/Gblocks_server.html)으로 제거하여 분석의 신뢰도를 향상시켰으며, MEGA-X를 활용하여 Neighbor-joining (NJ) 모델로 bootstrap을 1,000회 실시함으로써 분자계통분석을 수행하였다(Kumar et al., 2018).
분리된 담수 미생물의 4가지 세포 외 분해효소(amylase, esterase, lipase, protease) 활성능 평가를 위해, 각각의 효소와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기질 성분이 포함된 고체배지를 사용하였다. Amylase 활성능은 0.2% soluble starch (Daejung)를, esterase 활성능은 2% Tween 80 (Daejung)를, lipase 활성능은 2% Tween 20 (Sigma-Aldrich)을, protease 활성능은 2% skim milk (Difco)를 기질로 사용함으로써 평가되었으며, 최종 1.5% 농도가 되도록 Bacto agar (Difco)를 첨가하여 배지를 제조하였다. 이후 순수분리된 균주를 백금이로 활성능 평가 배지에 직접 접종하여 무광 조건에서 25°C로 2일 동안 배양한 후 분해환의 직경을 측정하였다. Amylase, esterase 및 lipase의 분해환 직경(mm)은 다음과 같이 평가되었다: 0.01 이하 (-), 0.01~1.0 (+), 1.0~2.0 (++), 2.0 이상 (+++). Protease의 분해환 직경은 1.0 이하 (-), 1.0~1.5 (+), 1.5~2.0 (++), 2.0 이상 (+++)으로 구분하여 평가하였다. Amylase의 경우, 배양 후 요오드를 사용하여 분해환 직경을 확인한 후 활성능을 측정하였다.
고려저수지의 미생물상 확인을 위해 두 종류의 배지에서 육안으로 구별되는 총 51균주에 대해 순수분리하여 16S rRNA 유전자를 규명하였다(GenBank accession No. OR632227~ OR632277). 분리된 균주의 분자계통학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16S rRNA 유전자를 이용하여 표준 균주(type strain)와의 가장 높은 유사도(similarity)를 측정한 결과, 유사도는 97.63~ 100% 범위로 나타났다(Table 1). 또한 고려저수지에서 분리한 균주의 계통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모든 균주가 가장 높은 유사도를 보이는 표준 균주와 클레이드를 형성하며 6강(Class)으로 동정되었다(Fig. 1A). 이들은 Propionibacteriales (27%), Burkholderiales (22%)을 포함한 9목으로, 과(Family) 수준에서 Nocardioidaceae (27%), Comamonadaceae (18%)를 포함한 12과로 확인하였다(Fig. 1B, C). 속(Genus) 수준에서는 Nocardioides (27%)가 가장 높게 분리되었으며, 이외에도 Arthrobacter (8%), Flavobacterium (6%), Hydrogenophaga (6%), Microbacterium (14%), Pseudomonas (4%), Rhodoferax (4%), Sphingomonas (2%) 속을 포함하여 총 16속이 분리되었다(Fig. 1D). 이러한 결과는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오상저수지에서 봄철에 분리된 균주의 속과 유사하였다(Nam et al., 2018). 게다가 Graça et al. (2015)는 해양 생태계의 해면에서 Microbacterium foliorum 가 분리되었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를 통해 M. foliorum가 담수 환경인 저수지에서도 출현함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고려저수지가 담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특성 상 해양과 연결되어 있어 높은 생물다양성이 관찰되었음을 의미한다.
고려저수지에서 채집한 시료는 LB 및 R2A두 종류의 배지를 사용하여 배양하였다. LB 배지에서는 26개(KRSL01~22, 24~27)의 균주가, R2A 배지에서는 25개(KRS01~11, 13, 14, 16~27, 30)의 균주가 분리되었다(Table 1). 이후 각 배지에서 분리되는 균주의 조성을 확인하기 위해 목, 과, 속 수준에서 균주를 조사하였다(Fig. 2). LB와 R2A에서 각각 5목이 관찰되었으며, Burkholderiales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Fig. 2A). 또한 과 수준에서 LB에서 5과가, R2A에서 8과가 관찰되었는데, 이 중 공통적으로 Sphaerotilaceae가 관찰되었다(Fig. 2B). 속 수준에서는 LB에서 5속이, R2A에서 11속이 관찰되었으나, 속 수준부터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균주는 확인되지 않았다(Fig. 2C). 이러한 결과는 각 배지의 영양분 차이로 인한 균주의 종 분포에 기인한다(Lee et al., 2022). LB배지는 영양분이 풍부하여 빠르게 성장하는 세균에게 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Medina et al., 2017). 반면에 R2A배지는 영양분이 적기에 주로 성장 속도가 느린 세균, 특히 수생 환경에서 자라는 세균을 배양하는데 적합하다. 따라서 두 종류의 배지를 사용하여 고려저수지에 서식하는 다양한 세균을 동정하고자 하였으며, 본 연구의 결과는 배지의 영양분 차이가 종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고려저수지에서 분리한 51균주를 대상으로 4가지 세포 외 분해효소(amylase, esterase, lipase, protease) 활성을 평가하였으며, 각 효소에 대한 활성능을 백분율로 나타내었다(Fig. 3). Amylase, esterase, lipase, protease에 대해 활성을 보이는 균주는 각각 17개(33%), 16개(31%), 9개(18%), 18개(35%)로 확인되었으며, 가장 높은 활성(+++)을 보인 균주는 각각 6개, 7개, 5개, 18개로 파악하였다. 본 연구에서 가장 높은 amylase 활성을 보이는 균주로 Priestia megaterium KRS17, M. foliorum KRSL16등을 관찰하였다. Bach et al. (2022)과 Gupta et al. (2023)는 식물로부터 분리된 P. megaterium가 amylase 활성능이 결여되었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분리된 P. megaterium KRS17은 우수한 amylase 활성능을 보유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균주의 서식 환경 차이 및 인위적인 배양 과정으로 발생하는 유전적 다양성과 생리학적 차이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미생물은 빠른 증식으로 다양한 유전적 차이를 나타내며 다양한 서식지에 적응한다(Han, 2020). 게다가 세균의 순수분리를 통해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집락의 형태(microcolony)가 아닌, 한 종류의 생물만을 인위적으로 분리하기 때문에 배양이 장기화될 때 전혀 다른 성질을 나타낼 수 있다(Branda et al., 2001; Kaeberlein et al., 2002). 이와 같은 이유로 본 연구에서 같은 종 내에서도 균주마다 다른 효소 활성 능력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기존 균주들과 달리 amylase 활성을 보이는 P. megaterium KRS17이 향후 전분 분해 또는 관련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효소 산업에서 가장 큰 비율(60%)을 점유하는 protease는 아미노산의 펩타이드 결합을 분해한다. Protease는 온도 혹은 pH 등에 따라 다양한 반응 특성을 갖는 효소로 알려져 있다(Kim and Choi, 2014). 또한 미생물은 종마다 다른 분해효소를 보유하여 서로 다른 기질 특이성을 나타내기에, 미생물 유래 protease연구 중요성이 부각되어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Park et al., 2022). 본 연구에서 Actinobacteria 문의 Nocardioides alkalitolerans (KRSL01, 02, 04, 08, 09, 11~15, 18, 25~27)가 우수한 protease 활성을 보유하는 것으로 확인하였다. Actinobacteria 문에 속하는 미생물은 항생제 등 산업적으로 유용한 효소를 생산하는데, 그 중 protease는 병원체 성장 억제 등에 사용된다고 보고된다(Shivlata and Satyanarayana, 2015). 하지만 N. alkalitolerans의 protease 활성능은 이전까지 보고된 바가 없으므로, 본 연구를 통해 새롭게 균주를 규명함으로써 본 균주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고려저수지에 서식하는 다양한 균주들을 대상으로 두 종류의 배지를 사용하여 형태학적으로 서로 다른 균주들을 분리하는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고려저수지에 서식하는 균주를 분자 계통학적으로 규명하였고, 나아가 이들의 4가지 세포 외 분해효소에 대한 활성능을 평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저수지 자생미생물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큰 의의를 나타내며, 산업용 효소 탐색을 통해 새로운 균주의 활용 가능성과 더불어 생물공학 연구를 위한 기초 생물학적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균은 다양한 환경에 서식하여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효소를 세포 외로 분비한다. 세균 유래 amylase, esterase, lipase 및 protease는 생체 고분자인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로써 넓은 활용범위를 나타낸다. 이에 저수지는 육상과 수상이 공존하는 습지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높은 생물다양성을 나타낸다. 본 연구는 인천 강화도 고려저수지에 자생하는 세균을 분리 및 배양하고, 생물자원으로서 미생물을 발굴하기 위해 산업적으로 이용가능성이 높은 4가지 세포 외 분해효소 amylase, esterase, lipase 및 protease의 활성능을 평가하였다. 두 종류의 배지(LB, R2A)를 사용하여 다양한 균주를 발굴하고자 하였으며, 두 배지 모두에서 총 51균주를 분리하여 19종을 규명하였다. 또한 4가지 분해효소 amylase, esterase, lipase 및 protease에 가장 높은 활성도(+++)를 보이는 균주는 각각 6개, 7개, 5개, 18개로 파악하였다. 이는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균주의 효소 활성을 평가하여 유용 미생물 발굴 차원에서 큰 의의를 가지며, 향후 관련 효소 산업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본 논문은 환경부의 재원으로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였습니다(HNIBR202302117).
Jang-Seu Ki is Editor of KJM. He was not involved in the review process of this article. Also, authors have no conflicts of interest to report.